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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러시아와 사우디 그리고 트럼프의 외통수 본문
2020년 3월 26일, 미국에서의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사망자 숫자도 천명이 넘어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로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경기에 대한 방어를 펼치고 있는 미연준과 정부의 활약으로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발표가 주는 안도감과 2조달러, 미국 GDP의 약 1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슈퍼부양책의 합작으로 신용 경색은 단기간 막는 것에 효과가 있다고 보여지는 시그널은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급격한 확대에서 이틀 연속 하락으로 반전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물론 2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슈퍼 부양책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앞으로 타격받을 기업들의 예상 매출액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는 등 구멍이 보이긴 합니다.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안의 통과를 위해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실업자 구제 등에 비중이 높은 반면에 항공사 등 대기업을 지원해 주는 쪽에 있어서는 산업 규모를 생각할 때는 고개가 갸웃 거려지는 정도의 지원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입장에서 갑자기 닥친 골치아픈 문제 2가지 중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타격은 슈퍼 부양책과 연준의 합동 플레이로 급한불은 껐다고 할 수 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거부를 넘는 증산 계획은 안그래도 경기 위축에 따른 원유가 하락으로 상당한 비중의 투기등급 기업이 포진해 있는 미국 셰일 기업을 위태롭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전에는 트럼프가 미국 경기 성장을 위해서 약달러와 저유가를 옹호 했다는 것인데, 막상 배럴당 20달러 대의 저유가가 시대가 왔지만 웃을 수 없는 것이 트럼프가 재선을 하기 위한 지지텃밭인 텍사스 주에 포진한 셰일 기업들은 유가가 40달러 이상이어야 채산성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20달러대를 넘어서 러시아와 사우디의 증산이 시작되면 10달러대나 그 아래도 예상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셰일 업체가 파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오일 치킨게임을 막아 유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미션이 생긴 것이죠.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OPEC 회원국과 OPEC+ 회원국인 러시아는 유가 조정을 위해 감산 합의를 해왔었습니다. 그런데 비 OPEC인 미국은 감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한 때 에너지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셰일 기업을 등에 엎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된 것입니다. 러시아나 사우디 입장에서는 괜히 유가를 조절하다고 감산한 결과가 세계 오일 시장 점유율을 미국에 빼앗기게 만들게 된 것이죠.
2014년 셰일 혁명 이후에 세계 오일 지도가 어떻게 바뀌어 왔고 러시아와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외부링크에 정리가 잘되어 있는 글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2020.03.22 원유 가격 급락과 러시아의 속내. 그 진실은? 1부 : https://stock-slipper.tistory.com/29
- #2020.03.22 원유 가격 급락과 러시아의 속내. 그 진실은? 2부 : https://stock-slipper.tistory.com/30
- #2020.03.22 원유 가격 급락과 러시아의 속내. 그 진실은? 3부 : https://stock-slipper.tistory.com/31
어쨌든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번 코로나19가 갑자기 찾아온 천금같은 기회일 겁니다.
안그래도 미국, 트럼프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푸틴으로써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질 미국 셰일 기업들을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 과거 수년간의 걸쳐서 만들어진 조건 및 역학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셰일 혁명 이후 많은 기업들이 셰일 오일을 시추하기 위해 월가의 펀딩을 받아 증산을 하게 됩니다.
- 기존 산유국에서 미국이 추가되어 자연스럽게 공급량이 많아져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 하락하는 유가를 끌어올리고자 OPEC 국가 및 러시아가 감산을 하게 되지만 오히려 미국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 그러는 와중에 유가는 계속 낮아지게 되고 채산성이 안나오는 셰일 기업들은 부도가 나거나 월가로부터 추가적인 펀딩을 받아 겨우 살아남는 처지가 됩니다.(셰일 채굴기술이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적어도 유가가 30달러 중반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 그나마 채산성이 안나오는 셰일 기업들은 기업 등급이 투기등급(정크등급)으로 떨어진채로 겨우겨우 연명하는 상태가 됩니다.
- 그나마 러시아는 채굴 원가가 14달러 정도, 사우디는 10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 석유 수출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주 수입원 중 하나라 나라의 운영을 감안한 재정 원가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러시아는 배럴당 42.4 달러에 맞춰져 있고 사우디는 배럴당 30달러 이상이어햐 한다고 합니다.
- 러시아 입장에서는 언젠간 이런일을 예상하고 준비했는지 그 동안 누적된 러시아의 국부펀드 수익과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배럴당 30달러에 4년간 예산을 짜는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 또한 사우디는 워낙에 생산 원가가 낮아 재정지출을 줄이고 역시 풍부한 외환보유고와 국부펀드 수익을 기반으로 저유가 상황을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과 오일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기업이 현 수준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며, 기존에 돈줄이었던 월가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펀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전쟁’, 목표는 미국 셰일업계의 몰락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50&aid=0000053105
이런 배경 상황 아래 트럼프 입장에서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국의 감산이 선행되어야 할텐데 지지 기반인 셰일 업체들이 이를 반길리 없을테고, 러시아와 사우디의 오일전쟁이 계속되면 될 수록 셰일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더 심화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그동안 쌓아둔 재정을 기반으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셰일 업체를 망가뜨릴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 타격을 더 입힐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닌만큼 일정 수준의 불이익을 감안하고서라도 간단하게 끝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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